파초(芭蕉)
김동명
조국을 언제 떠났노,
파초의 꿈은 가련하다.
남국(南國)을 향한 불타는 향수(鄕愁),
너의 넋은 수녀(修女)보다도 더욱 외롭구나!
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열(情熱)의 여인
나는 샘물을 길어 네 발 등에 붓는다.
이제 밤이 차다.
나는 또 너를 내 머리맡에 있게 하마.
나는 즐겨 너를 위해 종이 되리니,
너의 그 드리운 치맛자락으로 우리의 겨울을 가리우자.